코로나19가 남성들에게 던진 고민 ‘발기부전’…과학계 원인 찾아 나섰다

호흡기에 주로 영향을 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에 걸릴 확률이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6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발기부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심리 문제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후각 상실이나 혈관 손상 등 다양한 요인이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인 발기부전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유럽, 미국, 이집트, 터키, 이란, 태국 등에서 발표된 수백 개의 논문에서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란지스 라마사미 미국 마이애미대 비뇨기과교실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처음 환자들이 발기장애를 호소하며 찾아오기 시작했을 땐 모든 것이 심리적 스트레스 유발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감염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발기부전과 정자 수 감소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미사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0년 11월 코로나19로 발기부전 위험이 20%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당시 영상 분석과 고환 검체를 채취한 결과 코로나19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로도 오랜 기간 남아 남성 생식기 내 조직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선 라미사미 교수팀의 분석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마누얼레 잔니니 이탈리아 로마대 내분비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 걸린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을 비교한 결과 감염된 남성들이 발기부전을 보고할 가능성이 6배에 달한다고 국제학술지 ‘남성의학’에 발표했다. 잔니니 교수는 “코로나19가 성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발기부전을 겪는다는 사례는 각국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코로나19가 발기부전을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사례와 연구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발기부전에는 심리적 요인과 생리적 요인 등 많은 원인이 작용할 수 있어 섣불리 단정짓기보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정서적 고립으로 불안과 우울이 급증한 것도 성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스틴 두빈 미국 노스웨스턴대 남성의학과 교수는 “남성의 발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혈류량이 좋아야 하고 신경이 흥분 상태여야 하며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좋아야 한다”며 “이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발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후유증인 미각과 후각 상실도 발기부전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각과 후각 같은 감각들은 성적 자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잔니니 교수도 이와 관련해 “코로나19가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 다른 연구자들로 부터 ‘뇌의 흥분에 불을 붙이는 것은 냄새를 통해서다’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며 혈류에 영향을 미쳐 발기부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에 침투하는데 이 단백질은 내피세포에 풍부하고 혈관과 혈관 내벽을 구성한다. 혈관 내벽이 손상되면 음경으로 통하는 혈관이 제대로 수축하거나 이완하지 않아 혈류를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음경으로 이어지는 혈관은 다른 혈관보다 가늘어 그만큼 생식기관에 주는 영향이 크다. 혈관 문제는 심장마비, 뇌졸중, 혈전 같은 다른 합병증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한 만큼 다른 질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 샤이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남성건강센터장은 “인간의 전체 혈관은 연결돼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단순히 음경만 분리해서 살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발기부전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해 과학자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라미사미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남성 45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생식기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에 발표했다. 라미사미 교수는 “백신이 남성의 생식기관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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