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효과 어디까지? 심장병·전립선비대증도 고친다

고산지대를 오르는 산악인들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챙기는 경우가 있다. 저산소증과 동상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가 고산병을 넘어 배뇨장애·전립선비대증·심장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유의 혈관 확장 기능을 무기로 한 확산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실데나필’이란 성분이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PDE-5’ 수용체를 차단한다. PDE-5 때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던 곳을 확장하고 이완시켜 효과를 낸다. 그러나 비아그라는 심장질환 치료에선 주목할 만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대신 발기부전 치료라는 ‘부작용’이 확인됐다. 남성 음경의 평활근에도 PDE-5가 존재한다.

PDE-5는 동맥 혈관 벽에도 존재한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폐동맥고혈압에도 약으로 쓰이는 이유다. 최근엔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성분 ‘탐스로신’을 더한 ‘구구탐스’를 출시했다. 전립선에도 PDE-5 수용체가 있다. 유유제약도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복합제 ‘YY-201’을 개발해 임상시험 3상을 앞두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은 비아그라의 탄생 배경이 된 심장질환 치료에도 다시 쓰일 태세다. 국내 신약개발기업 메지온은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 ‘유데나필’로 심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심장질환 관련 폰탄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종근당과 동아에스티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배뇨 후 소변 누출이 발생하는 ‘배뇨후요점적’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올해 발표한 각각의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의 증상 횟수와 강도가 위약 대비 유의하게 줄었다. 배뇨후요점적은 소변을 본 뒤 옷 입고 돌아설 때쯤 소변이 다시 흐르는 증상이다. 나이 들수록 요도 근육이 약해져 소변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아 생긴다. 이런 환자가 ‘타다라필’ ‘유데나필’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관계 발기를 돕기 위해서만 쓴다는 편견이 많은데, 직장암·전립선암 등으로 음경의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된 환자나 저산소증·동상·관절질환·폐동맥고혈압 환자 등에게도 폭넓게 처방된다”며 “한 약에 여러 효능이 있는데 발기부전이란 이름에 갇히면 약물이 응용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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